금기를 알아야 중국을 안다_지피칼럼 2호
선교행정연구소/선교 자료 2013-10-22 10:47:55
금기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신장 선교사 (중국 위그루 종족 교회개척사역)
중국에서 사역한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이 큰 나라에 살면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것은 중국인을 사랑하고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내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생활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중국인들과의 ‘문화적 충돌’ 때문에 분노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갈등이 일어날 때 마다 나는 중국인들이 문화적으로 열등하고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문제는 외부인인 내가 그들의 세계관을 깊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한국 사람이 도저히 알 길이 없는 많은 문화적인 금기(禁忌)가 있다.
만약 한국 사람이 이러한 문화적 금기를 깨는 행동을 하면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고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선교사들을 중국인들과 갈등을 겪 된다. 그리고 급기야 사랑하기위해 찾아간 그들을 선교사들은 미워하고 비하한다. 금기는 한 문화의 가장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내부인들의 공통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외부인들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인 영역이다. 문화적 금기를 알지 못하여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는 현상은 비단 나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비슷한 아픔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중국에 헌신할 선교사들도 동일한 고통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충돌을 막기 위해 나는 13년간 경험했던 중국인들의 문화적 금기를 정리해 보았다. 중국 땅을 위해 부름 받은 예비 중국선교사들이 이 글을 읽고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1. 미신과 관계있는 금기 -생선 요리는 절대로 뒤집어 먹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단기 선교여행을 온 일행이 중국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운전기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주문한 생선 요리가 너무나 맛이 좋아 금새 생선의 가시가 드러나자 이 때 한국에서 온 청년 하나가 생선 요리를 ‘확 뒤집어’ 생선의 다른 한 쪽 면을 먹으려 했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때, 중국 운전기사는 식사를 하다 말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확 나가’ 버렸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중국인들의 미신 때문이다. 과거에 중국 어부들은 생선을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기 전에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배가 뒤집힌다고 믿었다. 그러한 미신은 현대의 중국인들이 자동차 운전을 하기 전에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차가 뒤집힌다는 미신으로 발전했다. 한국청년이 생선을 뒤집는 순간 운전기사가 불쾌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가버린 이유를 알겠는가? 혹시 단기선교팀이 이러한 실수를 저지를지 모르니 선교사들은 오리엔테이션 내용에 이 사실을 꼭 알려 주기 바란다.
2. 중국어 발음과 관계있는 금기
1) 배(梨)를 먹을 때는 칼로 썰지 말고 통째로 먹어야 한다
하루는 중국인의 가정에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중국인 친구가 집에 방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를 깎아서 썰어 주지 않고 통째로 먹으라고 권한다. 반면 사과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포크에 찍어서 먹으라고 권한다. 왜 그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 까봐 그냥 입을 크게 벌려가며 배를 먹었다.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손님은 주인이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런데 또 다른 중국 친구 가정에 갔다니 이번에도 사과는 썰어서 주고 배는 통째로 먹으라고 했다. 너무나 이상해서 용기를 내서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대답은 정말로 예상을 뛰어 넘는 재미있는 대답이었다.
그것은 중국어에서 배를 칼로 썰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 ‘分梨(분리)’와 이별을 의미하는 단어 ‘분리(分離)’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를 초대해 놓고 배를 통째로 먹으라고 권한 이유는 그들이 나와의 우정을 지속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배를 썰어서 주었다면 그들은 나와 ‘결별’을 통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인들이 내가 불편해 하는 줄 알면서도 배를 통째로 먹으라고 권한 것이다.
앞으로 중국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배를 통째로 먹게 되더라도 절대로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맛있게 먹기 바란다. 서로의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소 스타일을 구기더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인 친구를 병문안할 때에 굳이 과일을 선물하고 싶으면 배보다는 사과가 좋다. 배는 이 세상과의 이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사과는 ‘핑궈’라고 발음하는데 이 발음은 평안을 뜻하는 ‘핑안’과 발음상 유사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2) 벽걸이 시계와 우산은 선물하면 안 된다.
동료선교사가 한 중국인 친구의 집에 방문할 때 세계지도가 그려진 멋진 벽걸이 시계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계선물을 받은 중국인 친구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구석에 쳐 박아 두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 중국인이 친구는 시계선물에 대해 냉담했을까?
중국어에서 ‘시계를 선물한다’는 표현을 送鐘(송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부모의 임종을 지킨다’라는 표현 送終(송종)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시계 선물을 하게 되면 그것은 ‘나는 지금 당신을 저세상으로 보냅니다’ 라는 무서운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인이라지만 시계를 선물 받은 중국인의 마음이 즐거울 리 없다.
한국 교회에서 행사용 선물으로 각광 받는 우산역시 중국에서는 선물로 주고 받지 않는 금기 물품이다. 우산을 뜻하는 중국어 단어 傘(산) 과 ‘헤어짐’을 뜻하는 중국어 단어 散(산)은 발음과 중국어의 성조가 정확히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우산을 선물로 주는 순간 중국인은 우리의 ‘사랑’을 느끼는 대신 ‘섭섭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국인과 친해지고 싶으면 아무리 정성을 담은 것이라도 우산과 벽시계는 피해야 한다.
3. 색깔과 관계 있는 금기
1) 흰색 봉투는 장례식에, 빨간 봉투는 결혼식에서 사용한다
중국인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태라고 아무생각 없이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흰 봉투에 돈을 넣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에 가서 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빨간색 봉투에 돈을 담아 건네주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냥 준비한 대로 흰색봉투에 담은 돈을 내밀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러한 나의 행동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는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결혼식이나 세뱃돈, 용돈 같은 즐거운 일에는 빨간 봉투만을 사용하고 장례식과 같은 슬픈 일에는 흰색 봉투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어에서 빨간색을 뜻하는 ‘홍(紅)’은 빨간색이라는 뜻 외에도 ‘번창한다’, ‘명성있다’, ‘운수가 좋다’ 라는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흰색을 뜻하는 ‘백(白)’은 흰색 외에도 ‘헛되다’,‘쓸데없다’, ‘보람없다’ 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남의 결혼식에 흰봉투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 결혼을 축복한 것이 아니라 저주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혹시 중국에서 누구에게 선물용으로 돈을 줄 일이 있다면 반드시 홍색봉투를 사용하기를 바란다.
2) 녹색 모자를 쓰고 다니지 말라
중국에서는 녹색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중국의 관용어에 ‘녹색모자를 쓰다’라는 표현은 ‘마누라가 바람났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남자는 ‘마누라 하나 간수 못하는 못난사람’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왜 녹색모자가 그런 의미를 나타내는지는 대학 교수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답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중국인들을 녹색모자에 얽힌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관광객이라도 녹색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게 되면 중국인들의 비웃움 섞인 눈초리를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4. 숫자와 관계있는 금기
중국 사역 초기에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집안일을 돕는 도우미를 고용하여 집안일을 하게하고 월급을 주었다. 한 달이 되어 월급으로 250위안(한화 5만원)을 주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240위안이나 260위안을 달라는 것이었다.
왜 250원을 받지 않는지 말이 통하지 않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260원 주고 뭔가 속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에서 250이라는 숫자는 ‘바보’, ‘멍청한 놈’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250원을 선물로 주어서도 안 되고 월급으로 주어서도 안 된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250원을 주려고 했으니 중국인 도우미가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행이 이 도우미 자매는 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잘 하게 되었으니 그 때 260원을 준 것이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중국인의 금기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백성은 헤아릴 수 없는 금기에 묶여서 산다’는 것이다. ‘금기’ 란 창조주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살아 온 민족들을 묶고 있는 정신적 족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인의 금기를 알고 나니 이젠 그들을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랑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금기에 묶여 있는 그들을 정죄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자유’로 안내하는 참된 영혼의 안내자로 그들을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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